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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_박민규. 본문

천 개의 공간에서 놀기/파이 이야기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_박민규.

paniyn 2014. 5. 3. 20:39

 

 

6-7년 전에 읽었던 이 책을 다시 읽게 된 것은, 몇몇 후배 간사들과의 책모임 때문이었다. 한 달에 한 번 문학을 정해서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지난 4월의 책은 바로 이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었다. 물론, 내가 정한 책이다.^^

2003년에 나온 이 책을 다시 읽어도 여전히 그 날선 주제 의식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이 그대로거나 더 나빠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본주의의 민낯이 더 포악하게 우리 삶을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국가라는 이름의 폭력, 미국이 프랜차이즈화시키고 있는 자본주의, '프로'라는 이름으로 일어나는 인간성 말살, '중산층'의 탄생 등. 아, 이런 재미없는 단어들을 박민규는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전설의 야구팀을 통해 미친 유머의 문체로 비판한다.

'지는 것'을 통해 자본주의와 프로의 세계를 무력화시킨 삼미의 치밀한(?!) 아마추어 전략은 박민규도 책 후반에 비교했던 바, '십자가'라는 패배와 무력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긴 예수 그리스도에 비견된다. 예수의 철저히 지는 방식인 십자가에서의 죽음을 믿고 따르는 자들의 삶은, 자본주의에 대입하여 어떠해야 할까. 뭐, 이런 신앙적인 무거운 질문으로 시작하지 않아도 문학 자체로 탁월하며, 레전드며, 클래식이 되어버린 박민규의 이 첫 작품을 난 삶의 바이블로 여긴다. 우리네 바쁘고 치열함을 강요당하는 세대에 분연히 일어서 저항할 바이블로.ㅋ

치기 힘든 볼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볼은 잡지 않았던 우리의 삼미, 두고두고 그 역사를 곱씹고 잊지 않으리라.

 

 

2003, 한겨레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