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천 개의 공간에서 놀기/권정생 연구 (16)
Timeful Friends
이 글들 안에 담긴 온기어린 정신적 가치 때문에, 아주 조금씩 아껴서 읽었다. 끝내기가 싫어서. 아끼는 책,의 목록 수위에 올라있다. 헬렌 니어링이나 웬델 베리도 좋겠지만, 같은 땅의 권정생을 먼저 읽어도 좋겠다. 그의 수기, 에세이, 시, 편지 등에 담긴 풍요롭고 독창적인 정신 세계. 그것은 '오물덩이' 같은 삶에서 끌어올린 것이기에, 누구도 흉내내기 힘들다. 2012, 창비.
권정생 선생님 유고작. 마지막 작품은 가장 신화적이면서, 예언적이면서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것이 아닐까 한다. 그림이 예뻐서 몇 컷 찍었다. 머리말에서 작가는 이런 질문을 던지는데. 랑랑별이라는 새로운 별을 창조하여, 그 별을 지구별의 대안으로 보여준다. 랑랑별의 때때롱과 매매롱 형제가 지구의 새달이와 마달이 형제에게 보낸 자신들의 일기. 아, 이런 유쾌한 상상력. 한편 교실에 대한 신랄한 관점도 읽히는데. 열흘간의 주문으로 날개가 생긴 흰둥이의 꼬리를 누렁이가 잡고, 누렁이의 꼬리를 새달이와 마달이가 잡고, 누렁이의 등에는 개구리, 왕잠자리, 온갖 벌레와 물고기들이 매달려 랑랑별로 올라간다. 그곳에서 때때롱의 가족들을 만난다. 특히, 때때롱의 할머니는 이들을 랑랑별의 오백년 전으로 데려가는 주도적인 ..
"나는 나를 동물 이하로 여기며 살 테야. 짐승들 세상도 얼마든지 아름답거든. 나도 짐승처럼, 먹을 수 있을 땐 체면 없이 먹을 테고, 사정이 허락하지 않으면 몇 끼라도 굶을 거야." 할아버지가 단단한 결심을 말할 때, 동무는 약간 슬픈 얼굴을 했어. 아니, 기쁜 얼굴이라고 해야 할까? 입을 크게 벌리고 하하 웃는데, 눈에는 눈물방울이 맺혀 있었으니까. 동무는 할아버지 몸이 얼마나 아픈지 잘 알고 있었거든. 내 몸이 아픈 사람은 남이 괴로운 것도 아는 걸까?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모든 '남'을 말이야. * 할아버지는 책을 내는 출판사에 이런 말을 했어. "내 책을 팔아서 생기는 돈은 나한테 보내지 말고 다른 사람한테 보내 주세요." 할아버지가 말한 다른 사람이란, 가난하거나 병들어서 하루하루 힘들..
달걀로 만든 밥데기 죽데기의 똥과, 황새 아저씨의 똥과, 늑대 할머니의 똥이, 할머니의 기도로 똥떡에서 금가루, 빨간가루, 새하얀가루가 변해 온 세계에 뿌려지고 그 똥들은 세상을 구원한다. 세계화된 자본주의 시스템에 해체된 모든 생명과 평화가 가장 더러운 똥으로 새로워진다는 이 반역적 상상력. 권정생의 이야기에서 변주되는, '똥 속의 하늘'을 눈감고 상상하고 묵상하며 오늘의 나는 이 쓰레기더미에서 어떻게 꽃으로 피어날까를 곰곰히 질문한다. 2004, 바오로딸.
하얀 마음의 토끼들, 부엌에서도 가장 보잘 것 없는 그릇인 깜둥바가지 아줌마, 인민군과 사랑하여 낳은 아들이 죽고 그 손자와 매일 북녘땅으로 걸어가는 놈이 할매, 구름이 되어버린 손자들을 따라 하늘나라로 가기를 거절하고 구름이 된 사슴 할아버지, 결국 인간에게 잡아먹히도록 운명지어진 물고기들,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흙먼지, 그 중에서도 흙먼지 아이들, 배고픈 웅재와 선재 대신에 쌀도둑이 되어준 정미소 일꾼 아저씨, 최주사에게 속아서 산 땅이 곧 개발지가 되어 정성들여 키운 자두나무가 베어나가는 아픔을 겪어야 했던 금복이네 가족, 전쟁 중 다리를 잃은 어린 수동이가 어른이 되어 결국 숲속에 버려진 주검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들려주는 주검의 각 지체들, 어리고 힘없는 양도 아닌, 그 양의 그림자 ..
제1부 보리이삭 팰 때 들국화 고갯길 사과나무밭 달님 어린 양 소 공 아저씨 똬리골댁 할머니 제2부 별똥별 패랭이꽃 해룡이 달래 아가씨 나사렛 아이 1. 언어를 타고 내려오신 하나님을 생각한다. 2. 몸으로 오신 예수님의 방식을 묵상한다. 3. 제1부의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분명 우리와 함께 거하고 있으나 철저히 가려진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과 '같이' 되어 그 마음의 풍경을 가장 서정적인 언어로 우리에게 들려준 권정생을 생각한다. 4. 제2부의 이야기들은 조금 긴 이야기들. 한 이야기가 끝나고 바로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는 긴 여운을 주는 인물과 사건들. 어린이책이라 믿을 수 없도록, 유기와 죽음의 그림자로 드리워진 어두운 이야기들. 5. 마지막 이야기인 '나사렛 아이'를 보면서는, 진 에드워드..
자기를 자학하며 웃기는 개그의 원조는 권정생이란 말인가?ㅋ 80년대 중반에 어린이책에서 보여지는 이 날선 풍자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아, 논문의 중요한 한 챕터를 이 책으로 정했다. 그것은 네 번째 장이 될 것이며 제목은 아마 이럴 것이다. 미학적 언어:풍자의 말. 중요한 각주는 . 현재까지 읽은 권쌤의 작품 중 최고로 꼽고 싶다. 1985년 6월 초판 2007년 9월 신정판 2009년 7월 10쇄 * 분도출판사.
"우리에게는 국토분단의 현실이 있고, 우리에게는 공산주에 대한 판단과 결단이 있어야 하고, 우리에게는 통일과 인간성 회복(경우에 따라서 이것은 인간구원의 문제로 심화된다)의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제시하는 길, 이러한 문제에 관한 해답을 찾아보는 일, 또한 그러한 문제와 해답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매체는 아마도, 정치논설이나 신학논문보다도, 가령 말하자면, 권정생의 동화 같은 데에서 더욱 깊게, 생생하게 그리고 더욱 바르게 제시되고 전달되는 것이 아닐까? 의 처지와 마음에서 지금 우리의 형편, 처지, 과제 그리고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가장 훌륭하게 표현된 것이 아닐까?"_서남동. 민중신학자 서남동이 에서 고찰한 위와 같은 문제의식은 나의 생각과 공명한다. 내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어떻게 성서학적 언어와 ..
산토끼 동근이와 아기 소나무들 오소리네 집 꽃밭 찬욱이와 대장의 크리스마스 금희와 아기 물총새 강아지똥 왜가리 식구들의 슬픈 이야기 오누이 지렁이 장대 끝에서 웃는 아이 눈길 먹구렁이 기차 권정생 선생님은, 어린이들에게도 이 세상의 어두운 면을 -예를 들면, 죽음- 감추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셨다. 그래서, '강아지똥'이 처음 나왔을 때에는 파격적이었던 '똥'이라는 소재를 가감없이 쓰시기도 했다. 책의 앞에는, 이 책에 실린 '강아지똥'을 정본으로 삼으면 좋겠다는 권정생 선생님의 글이 실려있다. 그간 여러 가지 버전이 존재했던 것을, 여기에 정리하신 것이다. 애니메이션 '강아지똥'에 있는 감나무와의 대화가 있는게 완성본이겠지만, 그 부분은 애니메이션에서만 볼 수 있다. 이 동화집에도 역시, 아픈 할머니와..
http://youtu.be/9qkvD572Jyg 권정생 선생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