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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슬럼프. 본문

천 개의 공간에서 놀기/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여름, 슬럼프.

paniyn 2014. 6. 2. 12:03

비가 오는 날이어서인지, 월경의 마지막 날이어서인지, 호르몬 상태의 불균형을 느끼며, 머리를 올리고 책상 의자에 앉았다. 입식 책상과 의자를 좌식으로 바꿀 계획을 갖고 있다. 나의 계획은 긴 로딩 시간을 갖고 있기에, 언제 그 일을 실행할런지는 모르겠지만. 입식이 좌식으로 바뀐다고 하여, 내 여름, 슬럼프가 무사히 지나가겠냐마는 그래도 일말의 계획을 품어본다. 여름에는 정신이 빠르게 돌아가지를 않는다. 밥맛 떨어지듯, 글에 대한 욕구가 여러모로 부실해지는 때를 나는 슬럼프라고 부른다. 특별히 나를 끌어당기는 작가나 책도 잘 생기지 않고, 나 또한 어느 정도의 논리성을 지닌 글을 쓰는 일에 애를 먹는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길목은 어떤 계기가 없어도 꿈이 부풀어오르고 활자가 생기있게 다가오는 계절이다. 다른 계절들은 특별히 나를 자극하는 사람이나 사건이 없이는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나를 자극할만한 사람과 사건을 내가 단속하고 있지는 않나, 돌아보게 된다. 엄기호의 <단속사회>의 앞표지에 이런 말이 써 있지. 쉴 새 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한다. 쉴 새 없이 접속하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차단은 하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에도 두어명과 관계를 차단하는 제스처를 취했더랬지. 상대방이 알아들었을지 모르겠으나, 내 마음 속에서는 자꾸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드는 인간 종류들과의 관계를 이제는 차단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이것이 무슨 종류의 징후인지는 모르겠다. 얼마전에 헌책 구입목록에 두서없이 끼어들어온 챈들러의 <하이윈도>나 읽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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