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ful Friends

깜둥바가지 아줌마_권정생. 본문

천 개의 공간에서 놀기/권정생 연구

깜둥바가지 아줌마_권정생.

paniyn 2014. 1. 8. 13:34

 

 

 

하얀 마음의 토끼들, 부엌에서도 가장 보잘 것 없는 그릇인 깜둥바가지 아줌마, 인민군과 사랑하여 낳은 아들이 죽고 그 손자와 매일 북녘땅으로 걸어가는 놈이 할매, 구름이 되어버린 손자들을 따라 하늘나라로 가기를 거절하고 구름이 된 사슴 할아버지, 결국 인간에게 잡아먹히도록 운명지어진 물고기들,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흙먼지, 그 중에서도 흙먼지 아이들, 배고픈 웅재와 선재 대신에 쌀도둑이 되어준 정미소 일꾼 아저씨, 최주사에게 속아서 산 땅이 곧 개발지가 되어 정성들여 키운 자두나무가 베어나가는 아픔을 겪어야 했던 금복이네 가족, 전쟁 중 다리를 잃은 어린 수동이가 어른이 되어 결국 숲속에 버려진 주검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들려주는 주검의 각 지체들, 어리고 힘없는 양도 아닌, 그 양의 그림자 딸랑이. 

 

가여운 사람이 말하는, 모든 가여운 것들에 대한 사랑의 노래.

책을 휘감고 있는 검은 정서는, 결국 하얀 희망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다름 아니다. 

 

*

1998, 우리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