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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랑별 때때롱_권정생. 본문

천 개의 공간에서 놀기/권정생 연구

랑랑별 때때롱_권정생.

paniyn 2014. 2. 8. 11:24

 

권정생 선생님 유고작. 마지막 작품은 가장 신화적이면서, 예언적이면서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것이 아닐까 한다. 그림이 예뻐서 몇 컷 찍었다.

 

머리말에서 작가는 이런 질문을 던지는데. 랑랑별이라는 새로운 별을 창조하여, 그 별을 지구별의 대안으로 보여준다.

 

랑랑별의 때때롱과 매매롱 형제가 지구의 새달이와 마달이 형제에게 보낸 자신들의 일기. 아, 이런 유쾌한 상상력. 한편 교실에 대한 신랄한 관점도 읽히는데.  

 

열흘간의 주문으로 날개가 생긴 흰둥이의 꼬리를 누렁이가 잡고, 누렁이의 꼬리를 새달이와 마달이가 잡고, 누렁이의 등에는 개구리, 왕잠자리, 온갖 벌레와 물고기들이 매달려 랑랑별로 올라간다.

그곳에서 때때롱의 가족들을 만난다. 특히, 때때롱의 할머니는 이들을 랑랑별의 오백년 전으로 데려가는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마치, <밥데기 죽데기>의 할머니가 주도적인 것처럼. 왜 지금 랑랑별에서 전기도 안 쓰고 호롱불을 켜고 생활하는지, 밥은 왜 세 가지 반찬만 먹으며 단촐한 삶으로 변하게 되었는지, 오백년 전의 랑랑별로 가서 그 이유를 배우게 된다. 기계화되고, 통제된 세계였던 과거의 랑랑별 사람들의 반성의 결과였던 것이다.

오백년 전의 랑랑별은 맞춤 인간들로 가득하여, 모두다 탁월한 능력과 잘생긴 외모로 살며, 사회는 철저히 통제되고 청소된 공간이다. 그런 랑랑별에 오줌을 갈기는 이들 미래의 사람들.ㅋ 권정생은 똥과 오줌 자체와 그것을 누는 공간인 '뒷간'을 가장 인간성이 살아 숨쉬는 매체와 공간으로 활용한다. 강아지똥에서부터 한결같이.

 

랑랑별의 오백년 전은, 지구별의 미래이고, 그 랑랑별의 현재는, 권정생이 그리는 지구의 미래가 아닐까. 모든 다양성이 파괴되고, 생명을 인간의 힘으로 조작하는 방향으로 치닫는 우리들의 모습을 제어하는 힘 같은 것. 아마도 성찰하는 인간만이 미래를 새롭게 복원할 수 있다는 전언 같다.

 

 

보리,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