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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라디오_정혜윤. 본문

천 개의 공간에서 놀기/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마술 라디오_정혜윤.

paniyn 2014. 8. 11. 09:40

 

 

 

내가 이 아름답고도 선한 책을 만난 것, 우연히 그 신비로운 북토크 밤에 초대된 것, 모두 마술이다. 표지부터 내용, 저자까지 모두 아름다운 이 책은, 그러나 무척 윤리적인 내용이다. 정혜윤은 '무지한 스승'들에게서 삶의 방식을 듣고,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을 '살게 하는 마술'은 무엇이냐고.

그 날, 단 40명만이 모여 한 방에 겹겹이 둥글게 앉아 이야기 나눌 때, 우리는 저자의 이야기를 들을 뿐 아니라 나의 마술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했다. 물론 수줍은 나는 말하지 못했지만 만약을 대비해 두어 가지의 이야기를 생각했고, 북토크가 끝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버스 정류장에 앉아 함께 간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건넸다. 아름답고 환상적인 여름밤이었다.

내가 던진 질문에 따라 살게 된다는 통찰은 오늘도 내가 한 걸음 내딛을 길이 된다. 통영의 어부, 장승 할아버지, 시장의 버섯 장수, 제주의 상군 해녀 할머니, 칠레의 광부들의 이야기를 구술하는 저자처럼 나의 질문의 맥락을 말하려고 한다. 앞으로.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인간에 대해, 세상에 대해, 무엇보다 예수가 걸어갔던 길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리고 ...아 그리고 생각한 한 가지가 더 있었는데 무심결에 놓쳐 버렸네. 중요한 건, 이 책을 정말 많은 사람이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것. 마지막 장을 덮을 때, 통찰과 지혜로 가득찬 마음에 영양가 높고 맛까지 있는 밥을 먹은 기분이지만, 꾹꾹 누른 눈물이 아주 조금 난다는 것.

+아, 생각났다. 이야기. 다음 생각은 '이야기'에 관한 것이었다. 정혜윤은 가르치지 않고 다만 이야기한다는 것. 그게 그렇게 재미있고 지혜로 가득 차 있다는 것. 그래서 다시 한 번, 이야기로 하나님 나라를 보여준 예수의 비유에 그렇게 매혹됨을 고백하게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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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겨레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