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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 사는 사람_김소연. 본문

천 개의 공간에서 놀기/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바깥에 사는 사람_김소연.

paniyn 2014. 6. 27. 20:49

버스에 가장 오래 앉은 사람은

가장 바깥에 산다 그곳은 춥다

 

버스에 외투를 벗어두고 종점에서 내린 적이 있다

다른 나라 더운 도시의 공항이었다

맨발로 비행기에 올라 더 멀리 나는 갔었다

 

옆자리에는

같은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의 이어폰에 찌걱찌걱 노래가 흘러나왔을 때

같은 이별을 경험한 사람임을 알았다

 

그때 그 버스에 가장 오래 앉은 한 사람은

내가 벗어둔 외투를 챙겨 입고

혹독한 겨울로 무사히 들어갔을까

 

버스 종점에서만큼은

커피 자판기가 달빛보다 더 환하면 좋겠다

동전을 넣고 손을 넣었을 때

산 짐승의 배 속에서 꺼낸 심장처럼

뜨끈한 것이 손에 잡히면 좋겠다

 

어떤 나라에서는 발이 시리지 않다

어떤 나라에서는 목적 없이 버스를 탄다

그러나 어떤 나라에서는 한없이 걸어야 한다

 

피로는 크나큰 피로로만 해결할 수 있다

사랑이 특히 그러했다 그래서

 

바깥에 사는 사람은

갈 수 있는 한 더 먼 곳으로 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