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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 사는 사람_김소연. 본문
버스에 가장 오래 앉은 사람은
가장 바깥에 산다 그곳은 춥다
버스에 외투를 벗어두고 종점에서 내린 적이 있다
다른 나라 더운 도시의 공항이었다
맨발로 비행기에 올라 더 멀리 나는 갔었다
옆자리에는
같은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의 이어폰에 찌걱찌걱 노래가 흘러나왔을 때
같은 이별을 경험한 사람임을 알았다
그때 그 버스에 가장 오래 앉은 한 사람은
내가 벗어둔 외투를 챙겨 입고
혹독한 겨울로 무사히 들어갔을까
버스 종점에서만큼은
커피 자판기가 달빛보다 더 환하면 좋겠다
동전을 넣고 손을 넣었을 때
산 짐승의 배 속에서 꺼낸 심장처럼
뜨끈한 것이 손에 잡히면 좋겠다
어떤 나라에서는 발이 시리지 않다
어떤 나라에서는 목적 없이 버스를 탄다
그러나 어떤 나라에서는 한없이 걸어야 한다
피로는 크나큰 피로로만 해결할 수 있다
사랑이 특히 그러했다 그래서
바깥에 사는 사람은
갈 수 있는 한 더 먼 곳으로 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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