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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신학_리처드 G.코트. 본문

천 개의 공간에서 놀기/예수와 제국

웃음의 신학_리처드 G.코트.

paniyn 2013. 12. 5. 20:02

거룩함이란 것이 곧 심각함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가는 나날들이다. 헌신을 이야기할 때 지나치게 비장한 집단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던 적이 있다. 그들의 심각한 얼굴과 비장함의 정서는 '헌신'이란 것이 '일반적'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넘기 힘든 산처럼 다가갔고, 결과적으로 그 집단의 그리스도인들은 하향평준화 되는 것 같았다. 권정생은 자신의 유언장을 쓰면서, 먼 나라의 굶주리는 아이들을 걱정하면서도, 유머 한 줄 넣는 감각을 가진 자였는데. 그 유언장을 보며, 깨닫는 것이 많았다. 유머가 없는 그리스도인이란 상상도 하기 싫다. 결국 유머 한 줄 구사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난도질하고, 자신의 한계와 약함을 보지 못하는 날카로움만 간직한 인간이 되리라. 비록 복음서에서는 예수님의 웃는 장면이 하나도 없지만, 성경 곳곳에 숨겨두신 하나님의 유머는 그 모든 것의 배경이 된다. 나 역시, 하나님의 유머가 어떤 것인지, 처음 캠퍼스 사역을 시작하며 후원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여실히 경험했었다. 오늘날에는 후원자를 세우는 방식 역시 기계화되고, 산업화되어 신비로운 방식으로 유머가 끼어들 여지가 사라지는 것만 같다. 어디 후원자를 모으는 일뿐이겠나. 사람을 키운다는 것도, 공동체를 세워간다는 것도, 신비와 유머가 사라진 곳에 빼곡한 체계만이 존재하는 기분이다.

 

이 책이 가톨릭 책이지만, 루터가 예로 나오는 부분은 참 기분좋은 장면이다. 그는 유머의 온순한 공격으로 악에 대항하는 것을 알았던 자였다.

 

"예언자적인 웃음은 인간과 사회가 주장하는 것보다도 인간과 사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폭로한다."_146쪽. 

 

 

 

Holy Mirth:A Theology of Laughter

by Richard G.Cote

1986 By House of Affi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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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가톨릭대학교출판부. (정구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