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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_정유정. 본문

천 개의 공간에서 놀기/파이 이야기

내 심장을 쏴라_정유정.

paniyn 2014. 6. 3. 00:03

<7년의 밤>에서 압도당한 정유정의 서사를 되짚어 가고 있다. 과연 이 책이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 맞는 것인가. 나는 기꺼이 정유정빠가 되겠다. 지난 여름에 읽은 <28>의 여운이 아직도 내 마음속에 꿈틀거리는데, 이 책 <내 심장을 쏴라>의 승민과 수명은 이제 <28>의 재형, 링고, 스타, 윤주가 들어앉아 똬리를 틀고 있는 내 마음 한 구석에 비집고 들어와 같이 살림을 차릴 기세다. 지금 영화화 되고 있다는데, 정말 이보다 정확할 수 없는 캐스팅에 정유정빠로서 마음이 흡족. 무엇보다 어떤 캐릭터보다 독보적인 매력과 강렬함을 겸비한 류승민, 그 녀석이 배우 이민기의 얼굴로 새겨진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ㅋ

정유정의 소설이 그려내는 일종의 구원자 혹은 삶의 윤리적 모델이 서재형이었다면, 삶의 미학적 모델은 류승민이 아닐까. 승민은 도널드 밀러의 <재즈처럼 하나님은>이 그려내는 jazzy한 하나님이고, 필립 얀시의 <내가 알지 못했던 예수>가 찾아낸 매력남 예수,의 현대 버전. 나에게는 그 하나님, 그 예수님처럼 승민이 설렘 가득한 매혹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승민의 온 삶은, 이후에 수명이 정신병원에서 나와 세상을 향해 '내 심장을 쏴라'라며 인생을 상대할 때, 그 바탕이 되며 충실한 배경이 된다.

그래서, 이 책은 '트위스트 추는 예수' 같은 승민을 만난 수명의 인생 각성기 혹은 회심기 정도 되겠다.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은 무엇일까. 그에 대한 정유정의 뜨거운 대답이 여기에 있다. 복음서를 공부하는 모두에게, 이 책을 훌륭한 파트너로 소개하고프다.

 

은행나무,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