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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_김중혁. 본문

천 개의 공간에서 놀기/파이 이야기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_김중혁.

paniyn 2014. 6. 27. 21:26

 

 

 

감각적인 제목이 주었던 기대만큼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지만,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고난 듯한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뭔가 영화화하기에 좋은 밑밥들이 깔려있는 소설같다. 난 구동치 역할에 하정우를 떠올렸고.ㅋ) 딜리터, 역할을 하는 탐정 이야기인데 그 소재의 참신성과 제목만큼 감각적인 주인공 이름 구동치, 뭐, 이 정도까지의 설렘 이상의 것을 얻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인간 실체를 관념적 서술이나 내면 천착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원동력인 돈-거대 기업의, 성-포르노 사업을 매개로 건드려보려고 한 것, 인간이 기억을 소유하려고 하는 욕망이 어쩌면 자신의 흔적을 남김없이 지워버리고자 하는 욕심과 한통속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생각했고 내 삶을 좀 돌아보게는 되었다. 만약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이 세상에서 사라졌는데, 나의 노트북, 나의 문서들, 웹에 남은 끄적거림들(지금 쓰는 글 같은 이런 것)이 남겨진 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면, 좀 끔찍하다. 이래서 악어빌딩 4층구동치 탐정 사무실로 찾아갔나보다. 그 사람들.

참, 이 책을 읽으며 무척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여자 캐릭터가 나오는 부분들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내게는 무척 유아적으로 다가오는 여성 이해였는데, 어째 여성들을 표현하고 이야기에 배치하는 방식이 이다지도 피상적일 수 있는 것인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남자(들만 보는) 만화에 나오는 머리없고 귀엽기만 하거나 섹시하기만한 여자같이 몰개성,무뇌스러운 여성 캐릭터를 무려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오는 소설에서 보게 될 줄은.ㄷㄷ

 

2014, 문학과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