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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_강풀. 본문

천 개의 공간에서 놀기/파이 이야기

마녀_강풀.

paniyn 2014. 8. 30. 17:46

강풀 작품을 만화로 본 건 처음이다. 영화로는 더러 봤고, 웹툰을 웹으로 굳이 찾아보지는 않으니까.
이 작품을 보면서 그에 대해 다시 느낀 것은, 정말 따뜻한 인간일 것 같다, 인간의 선의를 이토록 굳게 믿는 사람이 또 있을까, 교회 열심히 안 다닌 게 분명하다(ㅋㅋ;) 이렇게 인간에 대해 그윽히 바라보고 깊이 이해하는 게 연습된 걸 보니. (오만하고 냉정한 정죄를 일삼는 종교인 부류는 결코 가질 수 없는 시선!) 등등이다.
텍스트에 함몰돼 갈 길을 잃은 내 영혼에 단비를 뿌려주고자 빌려온 만화들 중 단연 <마녀>의 흡입력은 최고다. 스릴러를 가장한 순정만화에서 사랑의 의미, 구원의 의미 같은 철학적 가치에서부터 '마녀'라는 낙인이 가지는 사회적 문제까지 두루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작가가 가진 내공의 그릇을 느끼게 한다. 나의 페이보릿 팟캐스트인 빨책 진행자와 제작진의 이름이 주인공 이름으로 쓰여 살짝 캐릭터에 혼돈이 오기도 했으나(2년째 듣다보니 아는 사람들 같다ㅋ;), 4권을 덮고나면 이내 동진과 미정, 중혁과 은실은 가장 어렵고 풀기 힘든 사랑에 자신의 전부를 던진 그들로만 기억된다.
한 사람일지라도 깊이, 전부를 던져 사랑하기도 이렇게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결국 사랑은 기다림,이라는 진리는 <마녀>를 통해 극적으로 증명된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많은 지인을 보유하고 그들 사이의 네트워킹도 활발히 조성하며 사회적 관계에 능한 강풀이 어떻게 미정과 중혁의 고독을 일상에서부터 그렇게 세심히 표현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것.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 시선과 감정 공감 능력.
아마도 그건 그가 동진이나 은실처럼 그들 곁에 항상 머물며 손 내밀고 사랑해주는 선한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느낌이 든다.




2013, 재미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