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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_현경. 본문

천 개의 공간에서 놀기/예수와 제국

미래에서 온 편지_현경.

paniyn 2014. 9. 20. 22:36

실망의 늪에 즐겨 빠지는 내가, 삶에서 실망스러운 사람과 상황을 경험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센 강도와 빈도로 그 늪을 건너온 현경이, 그 일들을 너무나도 솔직하게 적어내려간 것을 본다. 쭉쭉 진도 빼던 독서 여정에 슬럼프가 찾아와 며칠간 멍 때리고 있다가 다시 현경을 찾았다. 슬럼프에는, 여성 신학자의 글이 약이다. 내겐 그렇다.

그 다음은 여성 시인의 글이다. 그리고, 다음이 박민규다. 여성 신학자의 글은 영성이 살아있어 신나고, 여성 시인의 글은 말이 살아있어 신나고, 박민규는 그냥 신난다. 셋을 관통하는 것은 통찰, 그래. 통찰의 향연이다.

현경. 그 동그란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본 적이 몇 번 있다. 내가 구독하는 신문의 종교란에 십여 년 전부터 심심찮게 등장하는 그 동그란 얼굴. 이 책도 딱 그만큼 오래된 책인데, 작년에 새로운 판으로 나왔다. 빌려서 읽었던 책을, 샀다. 머리맡에 두고 힘 빠질 때마다 읽고 싶어서.

나는, 종교를 넘나드는 그녀만큼 자유롭지는 못하겠지만, 한 두 가지의 영역에서는 그녀의 친한 친구가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느끼는 어떤 종류의 민감함에서, 분노에서, 그리고 아파하는 마음 같은 것에서. 그리고 그런 여자들은 생각보다 너무 드물기 때문에, 현경을 나는 지지하고 따를 것이다. (나는 매일 여자들에게 실망한다.)

 

아, 뭔소리지? 정신이 반쯤 나가서 책 정리도 영 헛소리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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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열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