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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판 인간_서주희. 본문
<한겨레21>의 제5회 손바닥 문학상 당선작. <한겨레21>의 오랜 독자여서 그런지 몰라도, 손바닥 문학상 당선작들은 하나같이 내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잡지가 늘 초점을 맞추고 지면에 담아내는 사람들과 그 주제, 세상사를 보는 관점과 고스란히 맥을 같이 하는 작품들이기도 하고, 손바닥만한 짧은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나의 마음 속 형제자매인 사회의 소수자들이기 때문이어서 더욱 그럴 것이다. 2013년도 당선 작품들이 2014년 신년호에 작은 별책부록으로 묶여서 배달되었다.
뇌병변 장애를 가졌지만, 정신만은 또렷이 살아있으며, TV를 통해 사회를 배우고 분별력을 익히기도 한 19살 여자가 자신을 돌봐주는 사회복지사를 오히려 품어안는다는 설정은 약하고 무른 어떤 존재를 그것보다 더 약한 존재가 일으킨다는 점에서 전복적 희망을 선사한다.
온몸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단 하나 움직일 수 있는 손가락으로 그녀가 또 다른 그녀의 손바닥에 전한 메시지는 바로, '살어.' 소위 '약자'라 불리는 자들이 온몸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는 단 두 글자여도 오소소한 전율을 돋게 만든다. 우리들 마음 속의 전광판에 떠오르는 말들이란 거의 모든 순간 소통되지 못하고 실패하지만, 절벽에 다다른 어느 지점에서 이 두 글자가 극적으로 전달되는 마지막 장면은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 문을 활짝 연다.
2014, 한겨레신문사, <전광판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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