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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이반의 이야기_L.N.톨스토이. 본문

천 개의 공간에서 놀기/명랑한 밤길

바보 이반의 이야기_L.N.톨스토이.

paniyn 2014. 2. 19. 18:24

바보 그리고 몸. 이 화두는 군인인 첫째 형 시몬과 상인인 둘째 형 타라스에 대비된 농부 바보 이반을 통해 이상적으로 구현된다. 이반에게 있어, 군인들은 권력의 수단이 아니라 '노래'를 부르는 존재일 때에만 의미있고, 금화를 만드는 기술은 축일의 '놀이'일 때에만 재미있다. 이런 바보 이반이 있는한 권력과 돈 욕심에 눈이 먼 형들이 있어도, 세  형제는 싸우지 않는다. 늙은 악마는 이들을 분열시키고자 세 마리의 꼬마 도깨비를 보내지만, 결국 다 실패하고 스스로 나서서 이반이 다스리는 바보 왕국에서 '머리를 쓰는 방법'을 알려주다가 그 방식을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하는 바보들 앞에서 패하고 만다. 악함이 패배하는 곳은 오로지 바보들 앞에서다.

이반을 보며, 톨스토이가 그려내는 이상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그려본다. 몸으로 수고하고, 제힘으로 먹고 사는 사회. 권력과 부를 얻으려면 다른 사람의 노동을 필연적으로 빼앗을 수 밖에 없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그가 그린 이상은 바보 이반이 다스리는 그런 곳이다. 군인들은 노래하고, 돈은 그저 장식품 정도이며, 그날 수고에 따라 그날 먹을 것을 풍족하게 먹고 나누는 사회.

체제에 물들어 잃어버리고 있는 마음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헤아려보고 싶었다. 바보, 어리석은 자, 어린아이 같이 되지 않고서는 들어갈 수 없는 하나님 나라에 점점 멀어져가는 삶의 행태와 부질없는 지식만 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바보같은 사람들의 곁에 있고 싶다.

 

2005, 인디북, <톨스토이 단편선>. (권희정 김은경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