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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 산책 1980년대편 1권: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_강준만. 본문

천 개의 공간에서 놀기/공부하는 삶

한국 현대사 산책 1980년대편 1권: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_강준만.

paniyn 2014. 8. 30. 18:51

논문에서 언어의 역사적 맥락을 다루기 때문에 가장 먼저 찾아본 책은 물론 내 방 책장에 1940년대부터 좌르륵 꽂혀 있는 <한국 현대사 산책> 시리즈였다. 어떤 한 주제에 깊이 천착하지 않고 정말 산책하듯이 당시 사건과 인물을 거의 연도별로 빼놓지 않고 서술하는 방식은,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기의 정황과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언어의 사회적 맥락'에 대해 통찰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유익했다. 언론학자답게 당대의 언론 자유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세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웠던 것은, 내가 태어난 1980년 1월의 정황을 처음으로 자세히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태 내가 태어난 때의 대통령, 정치사회문화적 배경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영광스럽게도(?) 그 때는 아주 짧은 민주화의 봄날, 이른바, '서울의 봄' 시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박정희가 죽고, 민주화 인사들을 중심으로 다른 종류의 정권을 세우기 열망하던 때에, 신군부 전두환 세력이 차근차근 권력 장악을 준비하며 5월의 광주를 정점으로 그 짧은 봄날이 사라져버렸던 때. 물론 그 봄날은 이후 87년 항쟁 혹은 98년 이후 10년의 민주화 세력 집권을 통해 구현되기도 한다. 그건 차후에 다룰 문제고, 하여튼 세 권으로 이루어진 1980년대 시리즈의 1/3을 1980년 한 해로 꽉 채운다.

인상적인 것은, 광주민주화항쟁을 '광주학살'이라는 다소 과격한 단어로 표현하는데, 긴 시간 전라도라는 특별한 지점을 통해 사회과학 작업을 하였으며, 이 역사책에서 비교적 중립적으로 서술하려고 하는 강준만이 그런 단어로 5.18을 정리했다는 점은 그 단어의 의미를 더 크게 느끼게 한다.

내킨 김에, 김근태를 이야기화한 박건웅의 <짐승의 시간>과 광주 이야기인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더 깊이 1980년대에 빠져들고 싶었으나, 가능할런지?ㅎㅎ

 

2003, 인물과사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