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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방법론_고든 카우프만. 본문

천 개의 공간에서 놀기/공부하는 삶

신학 방법론_고든 카우프만.

paniyn 2014. 6. 7. 11:49

대학원 졸업시험을 준비할 때, 생태여성주의 관점으로 언어를 재정의하는 과정에서 고든 카우프만을 만났다. 카우프만은, 하나님에 대한 전통적인 이미지는 군국주의나 도피주의를 지지하기 때문에 지구의 운명을 위해 요구되는 인간의 책임성에 대해서는 관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내가 개혁주의 신앙에서 때때로 무력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실마리를 잡을 수 있는 통찰이었다. 하나님의 진리가 인간에 반하여 대자적으로 독립성과 객관성을 갖는다는 도식은 결국 특정 시대의 사유와 관점으로 대상화된 하나님 개념을 우상화하는 지경으로 빠져드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카우프만은 '있음의 질서'와 '앎의 순서'를 구별하여 1차 신학과 2차 신학 과정을 구분하고, 전통적 신학 작업이 "있음이 있음 그 자체대로 읊어질 수 있다"(정재현, 109)는 소박한 신념으로 엮어졌다는 점을 정리해낸다. 철학의 현상학으로 어렵게 들어가지 않더라도, 우리가 '계시'라고 말하는 것이 누구나에게 보편적으로 있음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카우프만은 참 엄밀한 사람 같다. 신학의 토대인 '하나님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파고 들어가, 하나님 개념이라는 것이 사실은 우리의 사유와 경험 속에서 특별히 중요한 기능들을 수행하는 인간 상상력의 구성 개념이라는 것, 그리고 하나님 개념이 상상의 구성물이라는 것을 인식했을 때 전통적 하나님 상들이 제기하는 파괴적인 타율성으로부터 우리가 보호받을 수 있음을 엄밀하게 설명했으니 말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실재 자체가 인간의 상상적 구성물이라는 천박한 무신론이 아니다. 오히려 "자의식적이고 자기 비판적인 성찰을 통해, 자신의 무지하고 비인간적이며 우상숭배적인 하나님 개념을 극복하여 예배받기에 합당한 하나님 개념을 발전"(90쪽)시켜 나가는 단초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하나님의 존재와 그것을 인간이 인식하는 과정은 별개의 문제다. 인간이 하나님을 인식하는 순서에 주목하는 2차 신학이 하나님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있다고 믿는 1차 신학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1차 신학적 관점의 순진함이 어떻게 하나님을 우상화하며 인간을 자가당착에 빠지게 하는지 그 한계를 밝히는 것이다. 이렇게 '있음의 질서'에서 '앎의 순서'를 따지는 것은 3차 신학이라 일컬을 수 있는 '삶의 자리'로까지 나아간다.

각 시대와 주체마다 다르게 구성되는 하나님 개념이 의미있으려면, 카우프만은, 비판 기준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 비판적 기준들은 '삶'이라 통칭할 수 있는데, 있음을 있음으로 드러내게 하는 앎은 그저 무색무취한 중립적 행위가 아니라 이미 가치판단이 개입됨으로써 특정한 목적과 관심으로 엮여진 삶의 지평 위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계 개념에서 촉발된 하나님 개념은, 상호순환론적인 운동을 일으켜 결국 하나님 개념이 세계 개념을 통제하는 것으로까지 나아가, 하나님은 '지고의 상대화시키는 자'로 격상되고, 세계는 창조자 아래의 피조물로서 자리매김한다.

3차 신학의 주제들인 여성 신학, 해방 신학, 흑인 신학 등이 탄탄한 토대 위에 전개되려면, 카우프만이 제시하는 세 가지 차원의 신학방법론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1차 신학적 자의식을 이미 초월하여 마치 흔들리지 않는 토대 위에서 신학을 하는 듯한 태도들의 근본부터 파고들어가는 철학적 신학 작업은 내가 선 삶의 자리에서 새롭게 하나님을 만나는 소중한 학문 태도를 가르쳐준다.

 

 

An Essay on Theological Method

by Gordon Kaufmann

Scholars Press 1995, Atlan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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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한들. (기독교통합학문연구소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