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ful Friends
올해 부천만화대상을 수상한 박건웅 작가의 이 책은 1985년, 남영동의 김근태 이야기다. '짐승의 시간'이라는 계시록의 언어는, 실제 김근태가 자신이 당한 고문에 대해 붙인 이름이며, 나는 30년이 지난 지금 더욱 복잡하게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짐승화된 오늘을 마음에 품고, 엄연한 과거를 기록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어제 녹색당에서 문자가 왔다. 제2롯데월드 임시사용승인 규탄 기자회견에 참여를 독려하는 문자였다. 우리집 근처에 있는 그 제2롯데월드를 오고가는 길에 바라보며 나는 늘 중얼거린다. 괴물같아. 김근태의 시대에는, 독재자의 권력이 인간을 짐승으로 만들고 인간을 짐승으로 대했다면, 지금은 자본이라는, 마몬이라는 것이, 인간을 짐승으로 만들고 짐승으로 대한다. 제2롯데월드가 앗아간 생명만 해도 몇이..
논문에서 언어의 역사적 맥락을 다루기 때문에 가장 먼저 찾아본 책은 물론 내 방 책장에 1940년대부터 좌르륵 꽂혀 있는 시리즈였다. 어떤 한 주제에 깊이 천착하지 않고 정말 산책하듯이 당시 사건과 인물을 거의 연도별로 빼놓지 않고 서술하는 방식은,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기의 정황과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언어의 사회적 맥락'에 대해 통찰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유익했다. 언론학자답게 당대의 언론 자유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세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웠던 것은, 내가 태어난 1980년 1월의 정황을 처음으로 자세히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태 내가 태어난 때의 대통령, 정치사회문화적 배경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영광스럽게도(?) 그 ..
강풀 작품을 만화로 본 건 처음이다. 영화로는 더러 봤고, 웹툰을 웹으로 굳이 찾아보지는 않으니까. 이 작품을 보면서 그에 대해 다시 느낀 것은, 정말 따뜻한 인간일 것 같다, 인간의 선의를 이토록 굳게 믿는 사람이 또 있을까, 교회 열심히 안 다닌 게 분명하다(ㅋㅋ;) 이렇게 인간에 대해 그윽히 바라보고 깊이 이해하는 게 연습된 걸 보니. (오만하고 냉정한 정죄를 일삼는 종교인 부류는 결코 가질 수 없는 시선!) 등등이다. 텍스트에 함몰돼 갈 길을 잃은 내 영혼에 단비를 뿌려주고자 빌려온 만화들 중 단연 의 흡입력은 최고다. 스릴러를 가장한 순정만화에서 사랑의 의미, 구원의 의미 같은 철학적 가치에서부터 '마녀'라는 낙인이 가지는 사회적 문제까지 두루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작가가 가진 내공의 그릇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