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ful Friends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고, 문장 하나하나가 빼곡한, 정말 영양가 넘치는 책. 드라마 남자 주인공보다 매력적이고, 흡입력 있던 잘 생긴 문제의식과 사유에 흠뻑 빠졌다. 기필코 책의 연인이 되게 만들었던 이 책을, 하루 꼬박 읽고 다음 날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밥도 먹지 않고 마무리지었다. 자기계발서 권하는 사회의 허와 실,이라는 부제에 충실하게 자기계발의 역사, 형식, 담론, 주체를 근대성, 구술성, 기독교라는 연관 검색어와 더불어 밝혀낸다. 자기계발서 하나 찾아 읽지 않는 나의 독서목록에도 자기계발적 사상의 위용이 넘친다는 것과 우리네 교회의 역사와 교육 방식, 내용이 자칫 그러한 신자유주의적 타락한 자기계발의 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나 역시 자기계발의 피로에 찌들어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볼 수 ..
6월16일, 지역 생활협동조합 모임에 참석했다. 사회자가 “오늘이 세월호 사건 두 달째”라며 묵념을 제안했다. 묵념 후엔 노래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불렀다. 70명의 참석자들은 “선거, 월드컵… 일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지만 그럴수록 더욱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요즘 흔히 듣는 얘기다. 12년 전의 기시감. 2002년 한·일월드컵과 미군 장갑차, 브라질월드컵과 세월호가 함께 떠오르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폴란드전 승리 후 온 나라가 흥분해 있을 때 경기 양주시에서 미 2사단의 부교 운반용 장갑차가 갓길을 걸어가던 중학교 2학년 신효순, 심미선 학생의 몸을 깔고 지나갔다. 세월호만큼이나 이 참사도 예고된 것이었다. 장갑차가 도로 폭보다 컸기 때문이다. 도로보다 큰 장갑차에서 보행자가 보일 리 없..
에세이스트 김현진의 이름은 많이 들어봤으되, 그 책은 처음 읽어보았다. 제목이 주는 강렬함만큼의 내용을 얻지는 못했고, 제목 또한 앨리스 워커의 시 제목이었음을 알았을 때, 나는 얼른 이 책을 마치고 앨리스 워커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ㅎㅎ 물론, 이 책이 나올 당시 이십대 후반이던 김현진이 또래 여성으로서 그 생활과 경험에 기반한 재치 넘치는 글쓰기를 해주었다는 측면에서 동류 의식 비슷한 위안을 얻었지만, 이 책의 부제인 B급 연애 탈출기에 어울리는 탈출 방법을 깨닫지 못한 것은 나뿐일까? 그래도 그녀가 꿋꿋하고 씩씩하게 계속 시대의 글쓰기를 해주었으면 한다. 조금 더 깊은 인문학적 성찰을 장착하여서. 2009, 레드박스.